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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03/10/22 661 - 조회
▣ 이름 : 토야할미  2004/03/09 - 등록
 - 스크린샷 :   2003년_10월_22일_저녁_희망이네.JPG (14.8 KB), 24 :download


10월 22일    수요일    새벽엔 비, 흐림 그리고 갬


나는 지금...너무나도 참담한 마음으로 일기를 쓴다

지금 이시간에도 밖에서...저혼자 고통을 삭히고 있을 아리...

불쌍한 것.. 무심한 주인 만나 고생이다.....

바로 며칠전에도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이 조금만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살펴봐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그점을 또 소홀히 했다

2년 가까이 토야를 키웠으면서 아직도 내겐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아이들의 습성은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 있지만

질병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기도 하고 거의 무지하다

그만큼 아이들이 그동안 아프지 않고 잘 자라준 덕택이지만....

아침에 아리가 이상했다

요즘 한결 성격이 밝아지고 붙임성이 생긴 아리는 밥줄 때가 되면

케이지 창살을 물기도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곤 하는데

그런 아이가 돌부처가 되어 앉아 있었다

눈은 반쯤 감겨있고....

이름을 부르니깐 한번 흘끔 보더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밥을 줘도 달려들지 않고 내가 살펴보려고 케이지 안으로 몸을 들이자

보금자리로 달아나 버렸다

도대체 밤새 무슨일이 있었기에 이러는지...

밥그릇도 싹 비워져 있었다

어제 저녁밥은 잘 먹었다는 거다

변도 괜찮았다

귀도 괜찮고 털도 언제나처럼 윤기 있고 촘촘하다

상처도 없고 케이지 안에 핏자국도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통 알수는 없었지만...웬지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거라면 뭔가 속병이라도 난건지....

도통 먹을 생각을 않기에 알팔파를 입에 대줘봤다

그랬더니 받아 먹는다... '이녀석두 공주과인가...?'

일단 아주 안먹는 것은 아니어서

저으기 마음도 놓였고 저녁때 다시 살피자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에 데려갈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 터미날의 아이들을 데려올 생각인데다

미미의 오늘 마지막 치료가 끝나면 집에 데려올 생각이기 때문에

세라랑, 미미랑, 아리까지.... 저녁 때 다 데려올 수가 없다

그렇지만 종일 불안했다

우리 아이들... 아무리 아파도 먹을 것을 마다한 적이 없다

그래서 병도 곧잘 이겨낼 수 있었던 건데

아리는 아예 입도 대지 않으니 뭔가 탈이 나도 단단히 났나보다 싶었다

그리고 나의 그 웬지모를 불안감은 적중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물병원에 들러

미미의 치료를 마치고 세라도 늦어진 예방접종을 끝냈다

그리곤 집에 돌아오자마자 토끼장의 불부터 켜고 아리를 봤다

또다시 철렁하는 가슴!

어쩌면...아리는 내가 아침에 보았던 그 위치, 그 자세로

조각처럼 앉아있는 것이었다....

일단 미미를 제집안에 들여놓아주고 아리를 살펴 보려고 했는데

내손이 닿자 아리는 내가 아프게 할까봐 그러는지

아주 높고 날카로운 소리로 "음! 음! 음!"...한다

그리고 그렇게나 꼼짝않던 녀석이 내손을 피해 도망다닌다,

계속 소리를 지르며...

간신히 아리를 진정시키고 아침처럼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봐도 이상한 걸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다 문득, 딱 한군데 안본 곳이 있다는 걸 기억해냈다

바로 복부, 배 이다

아리가 단단히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래쪽의 배는 살피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배야 뭐...이상이 있겠나 싶었는데....

살살 아리를 달래면서 아래로 손을 넣으니 이상한 게 손에 스쳤다

갑자기 또 아리는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다

내가 잘못 만진건가 확인하려고 몇번을 다시 배를 쓸어보았는데

역시나 완두콩만한 둥근 것이 아리 배한가운데에 달려 있었다

그게 뭐가 달라 붙은 것인지(가령 변 따위), 몸에서 솟아나온 것인지

눈으로 보아야 확인이 되겠지만 아리가 날뛰어서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밥은 내가 아침에 주고간 그대로 사료 한알, 건초 한줄기도 먹지 않았다....

뭔지 모르지만 배에 있는 그것 때문일까, 밥도 안먹는 건...?

아침엔 입에 대주면 먹더니 밤엔 입에 대주니깐 휙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리곤 내가 처음 봤을 때처럼, 또 굳은 자세로 꼼짝을 않고 있다

다른 애들 밥주면서 과연 숨을 쉬고 있는지 몇번을 확인했다

얼마나 아프면 밥도 안먹고 저런 자세로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건지...

참기 힘든 고통일거란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아파보여서 저러다...오늘밤이나 넘길지 걱정스러웠다

시간은 이미 10시가 넘어 문을 연 병원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무작정 날이 밝기만 기다리기도 참...미칠 노릇이어서

다급한 김에 토야몰지기님께 전화를 했다

아리의 증상을 설명하니 여러 경우를 말씀해 주신다

기생충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위에 혹이 생겼을 수도,

또 피부에 생긴 것일 수도 있다고....

어떤 경우는 생명이 위태로운, 아주 위험한 질병이기도 하지만

금방 죽지는 않는가 보다...

정말 다행이다....

밤사이라도 아리가 잘못된다면 난....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만약 내가 아침에 아리를 샅샅이 살펴봤다면,

그래서 이상을 발견했다면 병원에 데리고 갔었을 것이고

아리에게 이렇게 오랜동안 고통을 주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거기다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내 불찰을...난 용서할 수 없을거다

좀전에도 나갔다 왔는데 아리는 그자세 그대로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앉아있다

어쩌면 좋으니, 아리야?! 대신 아파주지도 못하고...

제발 날이 밝을 때까지 버텨다오!

못난 주인 덕에 오늘도 종일 혼자 아팠을텐데 앞으로도

거의 12시간은 더 고통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아픈 아리 못지않게 나도 괴롭다, 내머리를 내가 부딪고 싶을 정도로....ㅜ ㅜ

이 일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날마다 아이들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참 재미있고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된게 허구헌 날.... 아이들 병원가고 아픈 이야기 뿐이니...

내가 과연 아이들 주인으로서, 보호자로서 자격이 있는건지 모르겠다

토야몰지기님은, 왜 이렇게 급작스레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하는지 모르겠단 내말에

아이들 수가 늘어나고 여러 종이 함께 생활하다보면

이렇게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한다고 말씀하셨다

하긴...전에 대여섯마리만 있을때는 잔병치레 한번 하지 않았는데

여름 이후 아이들이 두배는 늘었다

난 비가 많이 왔었던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토야몰지기님의 말이 맞다면

결과적으론 내 토끼욕심이 부른 불상사다

일부러 아이들을 늘리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다

모두...잘 키워주고 싶었는데 아이들만 힘들게 하고 있다니...

아니다, 내가 이렇게 기운을 잃으면 안된다!

어차피 우리 애들...다른 사람 아닌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다

아이들 아플 때마다 이렇게 기운을 뺄순 없어!

내가 힘내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 건강을 누가 책임진다고...

그래, 하는데까지, 내 최선을 다해서 하는거다!

그래도 아프면 돌봐주고 또 아파도 끝까지 돌봐주고...



이런 때에 나는 또 무슨 주책인지...-,-:;

터미날 아이들을 데려왔다

불쌍한 아이들이긴 하지만, 아리가 저리 된 것을 보고나니

'도대체 우리 애들도 제대로 못챙기면서

어쩌자고 또 아이들을 데려왔던가!' 싶다...

물론 아주 데려온 것은 아니고 한정적이기는 하지만...

터미날 아이들은 생각보다 아주 예뻤다

사진으로 보기도 했었지만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이런 아이가 왜 버려지고 방치되었으며,

이 보드랍고 귀여운 아가가 어떻게 먹이감이 될 수가 있는지....참 모르겠다

어미 이름은 희망이 인데 우리 '바니'와 아주 흡사하게 닮았다

바니보다 몸집도 크고 귀도 크긴 하지만

희망이에게도 드워프 피가 흐르는 것 같다

털빛깔, 무늬도 비슷하고 특히나 얼굴 이미지가 아주 흡사해,

마치 바니를 확대시켜 놓은 것 같다

어미가 닮다보니 아가들도 닮았다

'여름이'라는, 거의 흰색의 털을 가진 아이는 우리 '밀키'와,

'가을이'라는 아이는 우리 '하나'와 아주 닮았다

(밀키와 하나는 바니의 첫번째 아가들이었다)

오전에 그 사이트의 운영자와 통화를 해서 재차 허락을 받고

매일 봉사하는 여학생의 전화번호도 받았다

그 여학생과도 점심때 통화를 하고 오후에 터미날로 향했다

우리 가게서 터미날까지는 인천의 끝에서 끝이라 먼 길이었다

터미날에 가서 학생이 일러준 장소를 찾지 못해 '안내'에 들렀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그분은 토끼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유기된 토끼를 보호하고 있는'이란 내 표현에 부정을 했다

버려진 토끼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고

터미날을 드나드는 여행객들에게 관상용으로 사다 기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처음엔 네마리를 사다 길렀는데 갑자기 아가들을 낳으면서 수가 불어나

한동안 50마리까지 불어났었다고 한다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었는데 도독 고양이들이 물고 가기도 하고

쥐에게 습격당하기도 하면서 수가 줄고

터미널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수를 줄였다고 한다

아가들이 태어나면 큰 녀석들은 골라서 처분을 했다고...

가령 토끼농장에서 와서 달라고 하면 그냥 가져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토끼농장이란 식용토끼를 기르는 곳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차피 식용이니깐...' 한다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다 토끼를 사랑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분에게만 따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슴이 아팠다, 화도 났다

그래서 꼭 한마디는 해야했다

"사람들이 나빠요!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 합니까?

나무도 아니고 화초도 아닌데 눈요기로 기르다가 감당 못하니깐 방치하다니요...

토끼가 번식력이 강하다는 걸 염두에 두지도 않고...

도대체...처음부터 시작을 말았어야지요!"

그분이 연락해 주어서 터미날 내의 토끼사육을 담당한다는 분이 내려오셨다

담당자 분과 함께 토끼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희망이네를 만났다

아이들이 있는 곳은 봉사자들이 돌봐서인지 생각보단 열악하지 않았다

그래도 도심 한복판에 수많은 차들이 오가는 시끄럽고 탁한 공기속에

버려진 아이들의 쉼터는....비참했다

분에 찬 마음에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올때까지 담당자분한테 투덜댔다

다른 아이들이 더 있다고 들었는데

희망이네 말고는 잿빛토끼 한마리밖엔 보지 못했다

멋지게 생긴 아이여서 한번 만져보고도 싶었지만

그아인 멀찍이서 경계하며 다가오지 않았다

내가 희망이네를 데리고 가는 것을 지켜보는 아이가 ...

참 측은해 보였다

서로가 의지가 되었을텐데....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있다면 괜찮겠지 싶었다

그랬는데...토야몰에 오기전 그 사이트에 들어가 올려진 글을 보니

아무래도 아까 본 그아이 혼자 남은 듯 하다

다른 애들은 며칠째 보질 못했다나...

이미 실종된 아이도 있단다

갑자기 안내 데스크에 있던 분 말이 생각났다

큰애들은 누가 달라면 그냥 준다고...

어쩌면 다른 애들... 몹쓸일을 당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아까 본 그아이, 이름이 '왕초'라던가...그아이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또 운영자에게 메일을 넣어 부탁했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그아이가 혼자 남아 있거든 내게 보내달라고...

친구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죽어가고 희망이네마저 떠나고

그아이 혼자 남겨졌다면... 그아이는 얼마나 외롭고 두려
울까....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보질 말았어야 하는데

그 불쌍한 아이들을 이미 보아버려서...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내 아이들도 다 잘 돌보지 못하면서 내가 괜한 짓을 한다 생각도 들지만

여태껏 아무도 나서서 데려가지 않은 아이들이다

좋은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데리고 보호해 주고 싶다

정말...내눈엔 왜 자꾸 이런게 띄는지...

이쯤에서 그만 둬야 할텐데....

제발 세상에 더이상 불쌍한 토야들은 없기를 바란다!!

일단 아이들은 가게에 두기로 했다

집으로 데려온대도 쥐로부터 보호하려면 집안으로 들여야 하는데

이미 하나와 아가들이 있어서....

또 내가 어차피 가게에 하루종일 있고 병원도 가게에서
가까우니

그편이 나을 것 같다

가게로 데려오기전 병원에 들러 검진을 받았다

어미인 희망이는 건강하고

다리를 다친 가을이도 다리외엔 건강하다

다리는 다친지 이미 오래되어 손을 쓸수 없는 상태이고

다만 지금은 어리니 큰 다음에 교정수술을 받을 수는 있다고 한다

여름이는 눈가에 피부염이 있어 진무른 상태고

코는 쥐에 물려 피부가 떨어져 나갔다

치료결정이 난 것은 그래서 여름이 하나뿐이다

코의 상처부터 치료하기로 하고 주사 두방을 맞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우리 애들이 아니고 주인없는 애들이라고

치료비를 반만 받으셨다! (고마우신 선생님^^)

아이들을 미리 준비해둔 케이지에 옮겼다

어미 희망이는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지만 아가들은 적응이 빠른 것 같다

앞으로 나와 있는동안 건강히 잘 있다가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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