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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03/10/11 499 - 조회
▣ 이름 : 토야할미  2004/03/01 - 등록
 - 스크린샷 :   아리_송이.jpg (19.2 KB), 25 :download


10월 11일    토요일    맑음


아침에 바니가 안좋은 걸 보고 나와서

종일 마음이 무겁고 걱정스러웠다

바니는 우리집에 온 이후로 2년 가까이

한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는 건강한 아이다

예민한 탓인지 쉴때도 항상 단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었는데

오늘 아침엔 보금자리 가장자리에 턱을 얹고 힘없이 누워 있다...

머리를 가누기 힘들 정도로 힘이 든 건 아닐지...걱정이 되었다

몸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거의 계속 그렇게 턱을 괴고 누워 있는다

또 호흡이 가쁘진 않았지만 느리고 불규칙한 것이 더 걱정이 되었다

열은 약간...미열 정도가 느껴지고 콧물이 약간 묻어나기에 붕산수를 발라주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가게에 갔다

병원에 데려가고 싶지만 세라 때문에 바니를 데려갈 수도 없었고,

데려간다 해도 하루종인 놓아둘 데가 마땅치 않았다

가게엔 까망이와 하나, 그리고 하나의 아가들까지

벌써 여섯마리의 토야가 있기 때문에......

종일 마음을 조리고 있다가 밤에 돌아와서는 바니부터 살폈다

다행히 큰 탈은 없었지만 아침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상태다




하나 아가들은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오늘로 생후 20일...약 3주 정도가 되었다

생후 2~3주...이때의 토야들이 제일 예쁜 것 같다

정말정말 인형 같다!^^

그것도 살아 움직이는 보드랍고 말캉한 인형...

뛰는게 아니고 거의 튕겨 다니는 듯한 움직임과

하품하는 거며, 기지개 켜는 것, 글루밍하는 것...하는 짓마다

그렇게 귀엽고 앙징 맞을 수가 없다!

밥그릇 속에 들어가 먹다가 거기 그대로 잠이 들기도 하고

어미를 따라 까치발을 하고 물을 먹기도 하면서 하나둘 공부도 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가게안에서는 탄성이 터지기도 하고 웃음바다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은 동네 아이들인데

덕분에 가게는 완전히 유치원 분위기다

할머니 손에 이끌려 오는 돌박이 아가에서부터 초등학교 학생들,

때론 좀 더 큰 학생들이나 동물 좋아하는 아줌마, 아저씨들까지...

가게 문턱이 닿을 정도다

하나같이 아가토끼들을 보며 자지러진다

처음엔 하나나 아가들이 좀 경계하기도 했지만 이젠 익숙해져

케이지 창살에 다닥다닥 붙어앉은 아이들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가 도망치기도 하고 아이들이 넣어주는 건초도 물고가고

온갖 애교로 아이들을 녹인다

종일 아이들이 들락거려서 가게안이 어수선하긴 하지만

토야들과 아이들에게서 뻗쳐나오는 듯한 빛이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있다

토야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이 아이들이 자라서

토야를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하나가 너무 먹어대서...그것도 문제다

우리집 아이들 모두 작년 가을부터 갑자기 먹는 양이 늘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올여름 접어들면서 양이좀 줄어들었다

계절에 따라서 조금씩 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야생은 아니지만 습성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겨울을 나기 위해서 가을에 많이 먹어두고

여름엔 더위 때문에 좀 덜 먹을 수도 있고....^^

다른 녀석들과 달리 하나만은 작년 가을에 늘어난 양이 줄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더 늘었다

하나보다 덩치가 큰 주리나 미미 보다도 훨씬 많이 먹고 있다

그렇다고 비만해진 것도 아니고, 계속 아가를 가지거나 낳고

기르고 있던 중이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오늘보니...먹어도 너무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아가들을 낳기 전, 하나가 아가 가진 것을 몰랐기 때문에

하나의 식사량을 줄이려고 했었다

그랬더니 녀석....밥그릇 그득 응가와 쉬야를 해놓았다
(지금은 그것도 버릇으로 굳어져 버렸다)

그 직후 아가들을 낳았기 때문에

'아가들 젖을 먹여야 하니까....' 하고 양껏 밥을 주었다

헌.데, 도대체 포만을 모르는 녀석 같다

오늘 가만보니 종일 먹고 있다

잠깐잠깐 쉬기도 하지만 그외에는 계속 먹고 있는 것이다

그 큰 식기에 잔뜩한 사료와 건초를 먹고, 흘린 것까지 다 주워 먹고는

한쪽에 지가 눈 쉬야로 젖어버린 건초까지 골라 먹는다

그런 걸 먹으면 안되니깐 그릇을 닦아서 새 건초를 좀 넣어주면

금방 또 먹어치우고 계속 먹을 것을 찾아 기웃거린다

상가 위층 할아버지가 주시는 양배추 잎도 몇장씩 뚝딱 해치우고는

더 달라는 건지 창살에 매달려 애걸을 한다

하긴 이렇게 잘 먹었기 때문에 이번에 아픈 것도 빨리 나았겠지만

이렇게 먹는것도 병이 아닐까 걱정이다

게다가 오늘보니 배까지 불룩하다

그래가지고도 계속 먹다니....

아가들을 키우고 있는데 다이어트를 시킬 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스럽다 -_-::




집에 돌아와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니....

어두워서 보이진 않지만 내게로 향해진 열네개의 시선이 느껴진다

'와! 주인님이 오셨구나! 좀 있으면 맛있는 저녁을 주겠네!'하는....

아이들 밥을 주려고 마당으로 내려서면

아이들은 오뚜마니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 그 뜨거운 시선!

토야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몹시도 행복한 순간이다

케이지마다 자물쇠를 풀고
(아이들이 마당에 있기 때문에....행여라도 누군가 토야을 괴롭히지 않도록
케이지마다 자물쇠로 잠궈두고 있다)

사료부터 주기 시작하는데....나랑 눈이 마주치면 머릴 흔들며 점프하는 녀석,

잠시를 못참아 창살을 물고 흔드는 녀석,

문을 열면 저한테 줄 사료는 본체도 않고 내가 들고 있는 사료통에서

냉큼 큰거 하나를 물어다 먹는 욕심 많은 녀석,

그런가하면 안절부절 기다리면서도

내가 사료통에서 계량컵으로 사료를 떠서

제 밥그릇에 부어줄 때까지 덤비지 않고 얌전히 기다리는 녀석,

사료가 채 식기에 담기기도 전에 앞발로 잡아채서

쏟게 만드는  성질 급한 녀석.....

정말....아이들 성격이 고스란히 나온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다

아이들마다 모두 사랑 받기를 원하는데 항상 부족한 것 같거든....

건초까지 나눠주고 급수기에 물 채워주고 바닥에 떨어진 건초를 쓸어내다보면

웬만큼 먹은 아이들은 빤히 날 쳐다보고 있다

그 눈빛하며....차마 뿌리칠 수 없는, 외면할 수 없는 눈빛...!

문을 열면 문앞으로 달려와 납작 엎드린다

턱을 바닥에 댄채 내 손길만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밀키나 송이 같은 아이들은 막 무릎 위로 기어오른다, 안기려고...

너무 사랑스러워서 많이많이 이뻐해 주고 싶지만

그러고 있는 동안, 다른 열두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다

똑같이 간절한 눈빛으로....

그래서 난 어느 한 아이에게 치우치지 않고 똑같이 사랑해준다

한아이에게 말을 걸면, 돌아가면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다 말을 걸고

한아이를 쓰다듬어주면 다른 아이들도 모두 만져준다

토야들이, 토야식구가 많아지고 마당으로 나온 후로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밥주고 놀아주는 사람은 나뿐인데

그나마 나도 아침저녁으로 밖에는 볼 수 없으니....

또 나 한사람의 사랑도 다른 아이들과 나눠 가져야 하니 말이다..

아이들은 알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덟, 아홉...혹은 그이상의 토야들이 있다해서

나눈만큼 사랑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고

모두에게 똑같은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까?

아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열로 나누어도 스물로 나누어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준다면 좋겠다!

물론 아이들 각각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져서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렇기에 더욱 애틋하고 큰사랑을 가지게 된다

얘들아, 너희들...많이많이 사랑해!!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곁에 있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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