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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03/11/07 491 - 조회
▣ 이름 : 토야할미  2004/03/09 - 등록
 - 스크린샷 :   누가_희망이,_누가_바니일까.JPG (18.1 KB), 25 :download


11월 7일    금요일    종일 내리는 비......


지난 며칠동안 슬픔에 빠져...마치 헤어날 수 없는 늪속을 헤매듯이

몸도 마음도 아프고 의욕도 없었고...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어렸을땐, 아버지가 동물들을 좋아하셔서

도시에 살면서도 많은 동물들을 키웠었다

개는 기본, 앞뒤마당에 (그때 살던 집은 앞뒤로 마당이 있었다) 너댓마리를 키웠고

토끼도 여러마리, 오리도 키웠었다

그때는 동물들이 좋다기 보다는 귀찮을 정도였다

동물들을 돌보는 것은 아버지 몫이었지만

나역시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은 토끼풀을 뜯으러 다니거나

오리를 몰고^^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웅덩이까지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

무척 귀찮아하고 싫어했었다

어린 마음에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았으니깐....

그때 아버지를 좇아 좀더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 이렇게 힘든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만 같다

성가셔하고 무심해서 이사올 때,

그많던 동물들은 다 어쩌고 개 한마리만 데려오게 되었는지

그 전말도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 토야 주리를 만나기 전까지 내게 동물사랑이란 없었다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썩 좋아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돌본다는 것에 엄두가 나지 않았고

동물보다는 사람이 항상 우선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애완동물에게 유난스레 구는 사람을 보면 반발심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랬는데...어느 날, 주리를 보게 되었다

겨우 손바닥에 올라올만한 작은 아기토야, 주리....!

(지금은 3.7 Kg 의 공룡토끼가 되었다^^)

분명 어릴적에도 토야를 집에서 키웠는데도 그 기억은 하나도 없다

근데...토야가 이렇게나 귀여울 수가 있는건가...새삼 놀라왔다

난생 처음으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달쯤 후, 주리를 비롯해서

미미, 바니가 내게로 오게 되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좀 겁이 나기도 했지만

당장 인터넷 검색을 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토야들과의 생활....

이제는 내일상이 되었고 내삶의 일부이다



오늘 나는 깊은 반성과 함께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그동안 우리애들이 얼마나 효자노릇을 했는지 깨닫는다

한번 크게 아프지도 않고 크게 다치지도 않고

그간 내게 걱정보다는 즐거움을 주던 착한 아이들....

그 생활에 젖어 나는 너무 안이했다

말못하는 아이들, 예민하고 연약한 아이들....

그래서 늘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쓰고 매사에 살펴야하는 것을

난 안이함 속에서 너무 방심했다

일때문에 바빠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은 했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살피지 못한 내불찰이 더 크다

지난 보름 사이에 토야를 아홉이나 잃었다

탈장으로 수술을 앞두고 죽어간 사랑하는 아리,

불편한 다리로 씩씩했던 예쁜 가을이,

그리고 얼마전 태어난 바니의 아가 일곱을 모두 잃고 말았다....

뼈아픈 후회와 가슴저린 슬픔으로... 난 지금도 기운을 차릴 수가 없다

'탈장'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런 경우가 있기나 한지 알지
도 못했다

아무리 토끼를 2년씩 키웠대도 아이들이 아프지 않으면,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에 다니며 치료해 보지 않으면,

그런 경험이 없으면.... 정말 무능한 주인이 되어 버린다...

아리는... 내가 망설이는 동안 죽어간 거다

수술을 겁내서 이리저리 아리를 끌고만 다니면서 결정을 못내리고

그러는 동안 아리는 전혀 먹지 못하고 탈진하고 장내의 소통이 안돼서....

내가 현명했더라면, 아리의 기력이 떨어지기 전에 수술을 결정했더라면,

아리는 수술받고 건강을 되찾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다못해 수술받다 죽던가 회복기의 스트레스로 죽는다해도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게 하진 않았을 건데....

내가 너무도 사랑했던 아이고... 키우던 토야가 죽은 것은 아리가 처음이어서

내내 아리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Hus. 는 내모습을 보다못해 롭이어를 한마리 더 키우자고 하지만

어디가서 아리같은 아이를 찾을까....?!

가을이도 그렇다

몸이 불편한 아이라 언제고 사고의 위험은 있었다

어미나 형제에게 고의는 아니라도 밟히거나 눌렸을 때,

가을이의 상태로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아가니깐 당연히 어미 곁에...라고 생각한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내가 데려왔을 때, 이미 생후 37일이 되었으니 거의 젖을 뗄 시기이고

필요하다면 인공수유도 충분히 가능한 때이니

따로 케이지를 마련해 격리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가을이의 예쁜 모습을 지금도 볼수 있을 것이다...

바니의 아가들도 내 우둔함 때문에 죽은 거다

바니의 잘못은 전혀 없다

태고난 민감함이니깐....

그걸 살피지 못한 내잘못이다

새로 앵글을 짜서 케이지를 넣으면서

바니의 옆에 수토끼보다는 암토끼가 있는 것이 나을거라 생각했다

또 희망이가 바니를 확대해 놓은 것처럼 생김도 털빛깔도 비슷해

둘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것도 재미있을거라 생각했다

고작 그런 즐거움 때문에 아가들을 잃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둘이 나란히 놓자마자 바니가 신경을 돋우며 희망이를 견제했는데

난...바니가 좀 앙칼진 면이 있는 아이라 그러려니 했다

대신 희망이가 순하니깐 둘이 곧 친해질 거라고도 생각했고...

바니가 날카로와져서 계속 보금자리 위에 올라가

희망이를 쏘아보고 있는대도 나는 무심히 지나갔다

이튿날 희망이의 코에 난 상처를 보고 희망이 상처만 걱정하며 치료했고

바니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는 헤아리지 못했다

헤아리긴 커녕 둘이 언제까지 싸우며 지내게 할 수는 없으니

친해질 때까지는 옆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바니를 '텃세'부리는 고약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으니....

결국 아가들 중 세아이가 죽고나서야 정신이 번쩍나서 둘을 떼어놓았다

아가들이 아직 너무 어리고 바니가 민감한 산모라는 것을

난...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나의 무지함이라기 보다는 바니에 대한 거의 무조건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지금껏 아주 야무지게 아가들을 잘 길러냈기 때문에

절대 아가들에게 탈이 날 까닭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둘의 자리를 바꿔놓고 나서야 바니는 아가들을 챙기기 시작했지만

아가들의 상태가 너무 악화된 후였는지...결국 모두 죽고 말았다

희망이 코의 상처를 봤을때 알아채고 자리를 바꾸어 주었더라면

아가들은 지금쯤 건강하게 자라고 있을텐데....

희망이 코에 상처가 난걸 보면 희망인 계속 바니 아가들에게 관심을 보인 것 같고

그래서 바니는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와졌던 것 같다

아가들이 모두 죽고나 후에야 안 일이지만

희망이의 젖이 새삼스레 부풀어 있었다

희망인 터미널에서부터 아가들을 잃고 내게 와서도 가을이를 잃고

여름이마저 새주인을 따라 떠난후, 무척 허전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름이가 떠난 날, 집으로 와서 바로 옆에 있는 바니의 아가들을 보고

희망이는....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한 것일까?

바니에게 공격받으면서도 아가들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았고

가슴까지 부풀었다는 것이....그런 희망이가 가엾다

아가들을 모두 잃은 바니는 말할 것도 없다

희망이는 순해서 공격적이지 않았지만 계속 기웃대는 희망이가

바니에게는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껴졌겠는가!

아가들이 흠뻑 젖도록 소변을 뿌린 행동은 희망이를 견제하려 했던 듯하고

산실의 건초며 털을 먹어치우고 아가들을 방치한 것은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아가들의 양육을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희망이와 떼어놓은 후, 바니는

소변으로 젖어 빼내놓은 깔판 대신에 넣어준 신문지를 잘게 찢어서

건초와 털대신 아가들을 다시 덮어주며 돌보기 시작했다

나는 만일의 경우엔 인공수유라도 하려고 강아지 분유를 준비했었는데

어미가 애쓰는 것을 보고 바니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던지 아가들은 모두 죽고 말았고

내가 마지막 아가까지 모두 치우고 바니를 케이지에 넣어주자

아가들을 찾는지 산실 안을 들락거리며 구석구석 냄새를 맡고 다닌다

어제 아침에 마지막 아가가 죽었는데 오늘 저녁까지도 바니는 그러고 있다

아가들에게 먹이지 못한 젖은 퉁퉁 부어 있다

행여 유선염으로 되어버리진 않을까 걱정이다

죽은 아가들도, 희망이도, 바니도 모두 가엾다

정말 내 잘못이 크다.....!!!



다른 토야들 때문에도 내가 기운을 놓고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기운을 내고 있다

지금껏 토야들을 키우면서 요즘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마음을 다진다

이제는 아이들을 정말 세심하게 잘 챙길 것이고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면 두번 세번 토야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고

생명이 달린 절박한 일이라면 신속하게 판단을 내릴 것이다



다행히..다른 아이들은 큰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

주리는 재채기를 하기도 하고 '켁켁'대기도 하지만

식욕은 왕성하고 열이 오르는 일도 없어 그나마 다행이고

하나는 발의 염증을 치료중인데 약 잘 받아먹고 나아가는 중이고

먹이통에 쉬야랑 응가 누고 그속에 발 담그고 또 먹는...

나쁜 습관을 고쳐주는 중이다

그 버릇때문에 생긴것이고 악화된 것이라서....

밥그릇을 다른 것으로 바꾸었는데 바닥에 구멍을 뚫고 체반같은 것을 얹었다

혹시 쉬야를 해도 물기가 아래로 빠져나가도록...

지금이야 가게에 데려다 놓았기 때문에 다 먹는대로 밥그릇을 빼내지만

집에 있으면 종일 케이지 안에 밥그릇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버릇을 고칠 수 없다면 발이라도 젖지 않게 하려는 궁여지책이다

하나 역시 스내플이 말끔히 낫진 않은 것 같지만 심하지는 않고

일요일이 병원 가는 날인데 그날 가면 상태를 점검받으려고 한다

그외엔 송이가 귀의 상태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고...

그 세아이를 빼면 다른 애들은 혈기왕성, 활기차다!

송이도 귀 가장자리에 상처인지... 작은 딱정이가 앉았을 뿐

요즘 발정이 나서 방정도 그런 방정이 없다, 아주 오도방정이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케이지 안에서도 거의 날아 다닌다

송이 때문에...또 아리 생각이 난다

아리만 살았더라면 바로 이때쯤... 시집 장가 보냈을텐데 말이다

롭이어 아가를 보고 싶어서 얼마나 기대를 했는데....

빨리...아리 닮은 아이를 데려오고 싶다...

그래서...아리에게 못다 준 사랑도 주고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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