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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03/11/04 600 - 조회
▣ 이름 : 토야할미  2004/03/09 - 등록
 - 스크린샷 :   2003년_11월_4일_저녁_딱한_뚱이.JPG (15.7 KB), 24 :download


11월 4일    화요일    맑음



어제 장가 보냈던 뚱이가 돌아왔다, 한껏 풀이 죽은 모습으로.....



보름쯤 전인가...난데없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아주 오래전에 아가토끼들 분양 전단지를 가게 근처 몇군데 붙인 적이 있는데

어떻게 그게 여태 남아 있었는지 그번호를 보고 전화하는 거란다

전화한 용건은...그분댁에 암토끼 두마리가 있는데 시집을 보내고 싶다시며

혹시 수토끼가 있느냐고 물으신다

아이들의 생김새를 물으니 이러이러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들어보니 드워프일 것 같았다

그래서 드워프라면 두마리가 있는데 원하신다면 보내시라고 했었다

그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지난 주말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서 어제로 약속이 정해졌고 뚱이를 가게로 데리고 갔다

어제 오후, 7개월 된 아가씨 둘이가 왔다

'하얀이'라는 아가씨는 귀와 눈이 까만 흰토야였고

'검은이'란 아가씨는 더치같은 무늬의 검은 토야였다

검은이는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는 반면,

하얀이는 천방지축 말괄량이로 보였는데

주인 아주머니 설명으로도 하얀이 성격이 보통이 아니란다

검은이는 하얀이의 기세에 눌려 산다고나 할까...

수염도 모두 하얀이에게 잘라 먹히고 없었다

(먹는다고 한다, 수염을....-_-:;)

검은이가 불쌍해 떼어놓으면 또 같이 있으려고 안달이고

함께 놓으면 검은이의 수염은 물론이고 털까지 뽑아서 먹는단다

드디어 뚱이와 하얀이의 데이트....

좀 민망한 광경이기는 하지만 잘 성사가 되기를 바라면서^^ 지켜봤는데

하얀 양이 도대체 허락을 하지 않는다

뚱이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기만 할뿐... ㅜ ㅜ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아가씬데 낯선 곳에 와서....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뚱이를 보내기로 했다

저녁 때쯤 전화해 보니 아직...이란다

그래서 하루밤 재우기로 했던건데....

결국 오늘 오후까지도 제대로 일을 치르지 못하고....-,-

뚱이하고는 안될 것 같으니 까망이라도 보내달란 말씀에

까망이가 이제 갓 석달을 넘겨 미성년이기는 하지만 그러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까망인 벌써부터 발정이 나서

다른 토야만 보면.. 아주 난리였다

오후에 돌아온 뚱이...보기 안스러울 정도로 의기소침해 있다

게다가 오돌오돌 떨기조차하고 있다

가엾은 것이 하얀이에게 거절 당하고 아무것도 안먹더란다

겨우 물한모금 먹었을 뿐이라는데....

까망이는 보내고 떨고있는 뚱이를 위로하면서 밥부터 챙겨 주었다

그래도 전혀 먹지 않고 여전히 떨기만 하는 녀석...

도대체 얼마나 처절하게 당했나 싶어 안아서 다독여주려고

뚱이를 품에 안았는데 녀석, 화다닥 품으로 파고들며 고개를 묻는다

얼마나 서러웠기에.....ㅠ ㅠ

넋두리라도 해대듯이 뚱이가 계속 낑낑거렸다

"저런, 저런, 그랬어? 아유, 어째...! 누가 그랬대, 우리 뚱이를?!" 하고

나도 뚱이 역성을 들어주며 한참을 안고 달랬다

그리고나서 다시 케이지에 넣어주고 마악 문을 닫으려는데,

에~엥? 이건 또 뭐야? @,@

글쎄, 있어야 할 것이 없다! 뚱이의 수염이...!!

입가는 물론이고 눈가까지...!

몇가닥 남은 수염도 바짝 잘려져 있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불쌍한 것....

다시 뚱이를 끌어안고..."에구, 에구, 이런 이런..."

"낑낑 잉잉잉..."

어제 오늘 완전히 자존심 무너지고 스타일 구긴 우리의 뚱이....

한편 뚱이 대신 장가간 우리의 열혈남아, 까망이는?

걱정이 되지 않을리 없다!

뚱이의 몰골을 보았으니....

가게 식구들도 야단이었다

대단한 아가씨들이 우리집 총각들 다 잡아먹는다고

빨리 데려오라고 야단야단....

그래서 저녁에 전화를 해봤다

어떤 상황이냐니깐 아직이란다

아직이라면....까망이마저 당하고 있나 싶어,

그러면 오늘은 이만 보냈다가 내일 낮에 다시 데려가시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까망이 잘 있으니 그냥 있었으면 하신다

어제 뚱이도 잘 있다고 했었다, 하얀이랑 서로 핥아주면서.....

(아마 하얀이는 핥은게 아니라 수염 잘라 먹고 있었을거다)

사실은 뚱이가 수염을 잘렸다고 말씀드렸더니

까망이는 괜찮다고 하신다

검은이랑 같이 있다고...

검은이에게 두어번 대쉬했다가 거절 당한 까망이가 단단히 삐졌는지

이젠 검은이가 옆구리 쿡쿡 찌르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다나...

검은이랑 같이 있다니 좀 안심이 되기도 하고

까망이가 우리집 수토끼들 체면을 세우는 것 같아서

그냥 두고 집으로 왔다

에그....까망이는 이밤을 어찌 보내고 있는지....



집에 돌아오니 가슴아픈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예상 못했던 일은 아니다

종일 그때문에 걱정하고 있었고

아이들 방에 들어서서도 차마 확인하기가 두려워

뚱이부터 케이지에 넣어주고 떨리는 마음으로 바니의 산실을 들여다 보았는데.....

나의 바램도 허무하게 아가가 셋이나 죽어 있었다

또한번 나의 오만한 자신감을 질책하게 하는 사건....

내아이는 죽지 않는다고 자신하던 내게 닥쳤던 아리의 죽음....

그리고 바니의 아이는 절대 죽지 않을거란 믿음에 대한 거부인지...

어이없는 아가들의 죽음....!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턱없이 자신하고 있었던건지....

이젠 아이들 마당신세도 면해 쥐들의 습격에 노심초사할 일도 없고

바니는 워낙 제새끼를 잘 거두는 아이라 전혀 마음쓰질 않았었다

하필 바니가 출산하던 날, 이사한 것이 잘못된 것일까?

스트레스는 받았겠지만 그때문은 아닌 것 같다

왜냐면 오늘로 5일짼데 나흘동안은 별탈없이 아가들이 건강했기 때문이다

배로 통통하고 털도 자라 벨벳처럼 짧은 털에 덮여 있었는데....

아무래도 희망이와 나란히 둔 것이 불찰이었던 것 같다

마당에 있을때 하나와 이웃하고 있었다

둘이 번갈아 아가들을 낳아 키웠지만 탈없이 잘지내서

희망이와도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희망이가 온 첫날부터 바니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희망이는 싸울 의사가 없어보였는데도

산모인 바니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졌는지

바니쪽을 기웃대던 희망이에게 철창 사이로 파바박! 앞발을 휘둘러댔다

희망이도 좀 대응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뒤돌아 와버렸다

다만 바니는 혼자 씩씩대며 으르렁거렸다

난...어쩐지 희망이가 측은하게 느껴졌었다

터미날에서 연이어 아가들을 잃고 내게 와서도 가을이를 보냈고

얼마전엔 하나 남은 여름이마저 새주인과 함께 떠났다

젖이 불어 흘러넘쳐 털이 뭉치고,

또 먹이지 못해 뭉친 젖이 유선염이 되고....

아가들 잃으면서 병까지 얻었던 희망이,

어린 여름이에게마저 의지하고 지냈던 희망이였으니

바니의 아가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어쩌면...아직도 불어있는 젖을 아가에게 물리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희망이가 한없이 가엾게 여겨졌었다

그래서 행여 희망이가 바니 방을 기웃대다 다칠까봐

산실이 보이지 않게 돌려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철창도 막았다

그런대도 바니는 경계를 풀지않고 산실위로 올라가 도사리고 앉아 있었다

둘이 곧 친해지겠지...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다른 애들은 다 익숙한 아이들인데 생전 처음보는 희망이가

옆으로 이사들어온 것이 바니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였던가보다

어제보니 희망이 코에 상처가 나 있었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아 오리더밀 연고만을 발라주었다

그런 것을 보면, 희망이는 희망이대로 관심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고

바니는 바니대로 신경을 세울대로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어제라도 내가 어떤 조치...둘의 위치를 바꾼다든다 했다면

오늘같은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난 바니를 너무 믿었다

잘 할거라고, 아가들 잘 챙길거라고 너무 믿고 있었던 거다

오늘 아침에, 아이들 밥을 주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바니 아가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버둥대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도 흠뻑 젖어서...

얼른 일회용 장갑을 찾아끼고 안아드니 몸이 얼음장이다

황급히 티슈로 싸안고 물기를 닦아내며보니 아무래도 바니의 쉬야 같았다

티슈로 어느정도 닦인 다음에 얼른 산실에 넣어주었다

어미의 온기로 몸을 덥히라고....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지!

산실 안이 썰렁하다....

깔아놓은 건초며 털들을 바니가 거의 먹어치워 한쪽에 조금밖엔 남아있지 않다

날짜로 봐서 조금씩 치울때가 되긴 했지만

문제는 아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몸이 흠뻑 젖어서 버둥거리는 아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이,

배를 위로하고 누워 꼼짝않는 아이, 공처럼 웅크리고 조는 듯한 아이...

정말 참담한 모습이었다

그게 바니의 아이들이란게 믿기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바니는 밥달라고 채근만 하고 있고...매정한 어미 같으니...!!

네 아가는 심각해 보였다

몸이 아주 차가왔거든....

안좋은 아이부터 하나씩 꺼내어 닦아주기 시작했는데

삑삑거리며 새소리를 내서...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닦고나선 두손으로 감싸 어미 대신 나의 온기로 녹여주려고 했다

그러면서 가슴도 문지르고 등도 문지르고 또 감싸쥐고....

좀 지나니 녀석들이 힘있게 팔다리를 저으며

아기가 젖을 찾듯이 내 손가락을 빨려고 한다

그쯤되면 산실에 넣어주고 또 다른 아이를 꺼내어 같은 일을 반복했다

한곳에 아이들을 모아놓으니 서로 비비적대며 움직이기에

아직 체온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어미가 보살펴주기를 기대하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 가게에 왔었다

산실안을 보니 어미가 아가들에게 쉬야를 한 것 같은데

왜그런 이상 행동을 했는지 ....

아침에 내가 발견하기 전, 이미 젖은 몸으로 오랜 시간을 있어서

체온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죽은 세아이 중 한아이는 죽은지 오래지 않은 것 같아서

좀더 일찍 왔더라면...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하긴...일찍 왔던들..내가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줄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어미가 돌보지 않는다면 데려와 따뜻하게 해주고

강아지 분유라도 사다 먹이면 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의 상태가 좋지 않던 네마리 중 아직 한녀석은 살아 있지만

마음을 놓을 상태는 아니다

계속 울고 있기 때문에....토끼가 울면 어떻게 되는진...

그녀석에게는 오늘밤이 고비가 될 것 같다

어미 바니는, 전엔 내가 보고 있어도 아가들 젖을 먹이고

전혀 나를 경계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내가 있는 동안은 한번도 아가들 곁에 가질 않는다

아가가 절박하게 우는대도 밥만 먹고 밥먹고나선 털다듬고

그러고나선 그냥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한다

전혀 바니답지 않은 모습이다

남은 아가들만이라도 살아주었으면....하고 바란다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그생명이 꺼진 주검을 본다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털도 자라서 예쁜 무늬를 가진 아가들이었는데....

날이 어두워서 묻어주지 못하고

아침에 잘 묻어주려고 방한쪽에 놓아두고 올라왔는데

속도 상하고...ㅠ ㅠ

내일까지 더 지켜보고 바니가 아가들을 돌보지 않는 것 같으면

강아지 분유를 사다가 포육을 해야겠다....

이 무슨 일이람..!

걱정이다...적어도 2주는 어미젖을 먹어야 인공수유를 해도 안전하다는데

이제 겨우 5일이 되었을 뿐이니...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오늘 저녁에야 바니와 희망이를 갈라놓았다

뒤늦은 처사지만 이제라도 바니가 안정을 되찾고 아가들을 돌보기 바란다

지금은 밀키 옆으로 가게 되었는데

오히려 밀키는 전혀 경계하지 않는다

난 수토끼보다는 암토끼가 나으리라는 생각에 희망이 옆에 둔 것인데

완전히 빗나간 결정이었다

산모 곁에 낯선 토끼는 절대로 두지 말 것!

오늘 나의 뼈저린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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