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Article

▣ 제목 : 03/10/25 546 - 조회
▣ 이름 : 토야할미  2004/03/09 - 등록
 - 스크린샷 :   사랑하는_아리,_가을이.jpg (28.5 KB), 25 :download


10월 25일    토요일    하늘은 맑지만 내가슴엔 비......


2년 가까이 토야들을 키워오면서 아픈 아이도 있었고

낳은지 일주일이 안되어 잃었던 아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양하지 않고 '우리집 아이'로 키웠던 아이들은

하나도 잃은 적이 없었기에....

어쩌면 나는 오만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내 아이들은 절대 죽지 않아!'하는...건방진 자신감....

그런데, 난 아이를 잃었다, 우리 아이를....

우리 아리....사랑하는 우리 아리....

너무나 이뻐서 몸서리칠만큼 사랑스런 아리를 잃었다

그리고 터미날 아가 '가을이'도 보냈다

어제 아침엔 가을이를, 밤에서 새벽으로는 우리 아리를 보내야 했다...

종일 아리 모습만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낯가림 많이 하던 아리가 내게 다가서면서는 얼마나 예쁜짓만 했는지...

어째서 하느님은 언제나 예쁜 아이만 데려가실까

가을이도 다리가 불편했지만 꿋꿋하고 너무 예쁜 아이였다



수요일 밤에 아리의 배에 생긴 이상한 돌기를 발견하고

목요일 오전에 병원에 데려가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진단은 '탈장'이었다

아리가 태어났을 때, 어미가 탯줄을 너무 짧게 끊어 생긴 이상이란다

그러니깐, 탯줄을 너무 짧게 끊어버리면 복막에 구멍이 생기게 되고

그 구멍으로 창자가 들락날락하게 되는데 그게 안들어가고

계속 나와있게 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날은 선생님이 살살 비벼넣어 일단은 장이 제자리로 들어갔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고,

천행으로 지방덩어리 같은 것이 생겨 막아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극히 드문 일이고...따라서 같은 증상이 반복되다 결국은 죽는다고 하셨다

치료법은 결국 '수술'이다

토끼에게 수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기에 나는 몸이 굳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에게 그런 위험을 주기 싫어서 중성화 수술도 않고 있는 나다

하지만 아리의 경우, 수술하다 죽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고통받고 죽게 될 것이다

이미 아리도 그 전날부터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고 있으니...다만 물한모금도.

그자리에선 수술하겠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거짓말처럼 나왔던 장도 들어갔고 하루반을 굶었어도 아리가 아직 생기가 있어

그리 쉽게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나는 미처 눈치도 못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다시보니 아리의 배에 다시 탈장이 되어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고해서 나도 선생님의 흉내를 내어 집어넣어 보려고 했지만

어제보다 더 많이 나왔고 잘 들어가지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정말 수술을 해줘야 하나...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밤은 늦었지만 혹시나 하고 병원에 전화해 봤지만 당연히 받지 않는다..

어쩌면 좋을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

토야몰지기님께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다

수술이란 것이 위험한 것인만큼 한번의 진단만으로 섣불리 하지 말고

다른 의사의 소견도 들어보라는 의견을 주셨다

나도 그편이 나을 것 같았다

아리를 마당에 둘 수가 없어서 방으로 데리고 왔다

옆에 뉘고 밤새 배를 쓸어주었다

아리는 기운이 없는건지 배만져주는 것이 덜 아픈건지

그냥 가만히 있는다

그렇게 밤을 샜다

깜박 잠이 들었다가 아리가 움직거리면 퍼뜩 깨서

다시 배쓸어주고...하면서.

금요일, 어제 오전에 서둘러 우리 아이들 전에 다디던 병원으로 향했다

가면서 지금 다니는, 초진 받은 선생님께

수술할지 안할지 30분후에 연락해준다 했다

아리를 데리고 간 병원에서도 선생님과 똑같은 진단을 한다면

바로 연락드리고 가서 수술일정을 정할 생각으로...

예전에 우리 애들을 보던 선생님께 진단을 받았는데 역시 같은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좀...대수롭지 않게 말씀을 하셨다

'그냥 두어도 별 지장 없겠다'는 듯이...

또 나오면 집어넣고 하면서...

하지만 내가 항상 아리곁에 있으면서 그렇게 해줄 수도 없으니

잘못해서 탈장 상태가 오래 간다면 위험한 일이다

그점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약 5일쯤 입원해서

몸상태가 좋아지면 수술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병원에서는 피하 영양제 링겔주사와 영양주사 두대를 더 맞았다

어쨌든 아리가 이틀이 넘게 꼬박 굶고 있어서....

그리고 서둘러 다니는 병원으로 향했다

선생님과 다음날(바로 오늘) 수술하기로 했고, 오전에 아리를 맡기고

오후에 연락하면 데리러 오라셨다. 그랬는데......

병원을 나와 가게로 갔다

그런데 가게에 들어서니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가게에 들어서면서 가게식구들한테 인사를 하는대도

모두 듣는둥 마는둥 내 눈길을 피하는거다

왜일까 하면서 희망이네가 있는 쪽으로 갔는데....

희망이랑 여름이는 내가 다가가자 창살에 매달려 아우성인데

구석에 가을이가...뭐랄까 아주 부자연스럽게 몸을 구부리고

옆으로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케이지 앞에까지 가서 가을이를 보니...가슴이 철렁했다

생명이 빠져나간...살아있다는 느낌이 안들어서....

들여다 보고 있는데 우리 Hus.가 다가와 그런다

아침에 와보니 죽어 있는데 어미한테 깔린 것 같다고....

참 믿기 힘든 일이었다

가을이가 몸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미에게 깔려서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은 아닐 것 같고

희망이도 제 자식을 깔고 죽어도 모를만큼 둔할까....

조심스럽게 가을이를 안아들고보니 Hus.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가을이는 몸을 마치 접어놓은 것처럼 가슴과 배가 거의 맞닿아 있었고

바닥에 닿은 얼굴 한쪽이 눌린채 차갑게 굳어 있었다

참 기가 막힌 일이었다...

생명이 꺼진 가을이의 얼굴은 전혀 다른 아이 같았다

다리는 불편했지만 가게 식구들 사랑을 한몸에 받던 가을이였는데....

모두들 '이쁘기도 조렇게 이쁜 것이 안됐다!'고들 하셨거든..

깨끗한 흰 타올위에 구부러진 가을이의 몸을 펴놓으면서

너무나 슬펐다....

죽어서라도 편하라고 몸을 반듯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죽은지 오래되었는지 굳어진 몸은 내뜻처럼 되지 않았다

가을이 몸을 오래오래 쓰다듬어 주면서...고통이 오래지 않았기를 빌었다

단번에, 한순간에 죽음을 맞았기를..그래서 고통없이 갔기를 말이다

정말 희망이의 실수 때문이라면 딱한번의 발길에 채였다던지

어미한테 깔리는 순간에 잘못되어 바로 절명했기를....

가을이를 묻어주러...아무도 없는 뒤뜰에 나와서야 펑펑 울었다

잘 키워준다고 데려와 놓고...정말 가을이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가을이는 가게뒤뜰 앵두나무 아래에 묻었다...

가을이 무덤위로 너울너울 햇살무늬가 아롱거렸다

어제 찍은 사진속에서 가을이는 너무나 예쁘고 씩씩했다

불편한 몸으로 씩씩하게 사료통으로 기어가서

가을이의 방식으로 먹는거다

참 대견한....그런 가을이었는데....

아무도 데려가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키워서

큰 토야가 되면 다리도 고쳐주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가을이를 보내고 참으로 허망한 마음이었는데

그밤으로 아리마저 보낼 줄이야.....!

집에 와서, 토야몰지기님께서 직접 가져오신 사료를 전
달 받고

아이들 밥을 주고 들어와 아리를 안아보니

아리 상태가 몹시 안좋아져 있었다

안아올리는데 몸이 축~ 쳐지는데다 눈에 반응이 없었다

머리 앞부분을 쓰다듬으면 대부분 눈을 깜박이는데

아리의 눈은 유리눈처럼 멍하다

눈앞에 손을 흔들어도 가만히 있고...

아마 그때 이미 동공이 열린 상태였던가보다

속눈썹을 쓸어보니 그때야 깜박거린다

그래도 아직 반응은 있구나...조금은 안심하면서,

'제발 이밤만 무사히 넘겨다오!!' 간절히 빌면서,

다급한 마음에 빈주사기에 설탕물을 넣어 입으로 흘려넣어 주고는

아리를 넓은 상자에 넣어 컴퓨터 책상 옆에 두었다

맘같으면야 책상 앞에 앉을 기분이 아니다

아리에게 온신경이 다 가 있어서....

하지만 터미날 아가들을 보호하던 분들에게 가을이의 슬픈소식을 전해야 했다

면목은 없지만 어차피 전해야하는 것이어서

아리를 돌아다 봐가면서 메일을 쓰는데....

새벽 1시 20분경....아리의 비명이 들렸다

아리는 엎드린채 피빛 액을 토하고 있었다

질식할까봐 머리를 낮게 안아 올리고는 그대로 토하게 했다

어차피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리의 마지막 순간....

난 정말....순간에 미쳐버리는 것만 같았다

모두 잠든 조용한 밤이었지만 막 울부짖으면서 아리에게 애원을 했다

제발 죽지 말라고....

호흡은 멎었지만 파닥거리며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져서

가슴팍도 꾹꾹 눌러 봤지만...아리의 작은 심장도 곧 멎었다

그후에도 삼십분이 넘게 아리의 미세한 경련이 계속됐다

처음엔 그것이 되살아나는 것인줄 알고 아리 이름을 부르고

가슴을 또 눌러대고 희망을 갖기도 했지만

그게...의지와는 상관없는 아직 죽지않은 신경의 작용이라고 깨닫고는

이젠 정말 끝이구나, 아리가 떠났구나....절망하면서

그냥 쓰러져 울었다

경련이 일때마다 쓰다듬고 쓰다듬고 하면서...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나고 그래도 아리를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토물로 젖은 입가와 코를 닦고

굳어지기 전에, 우리 아리의 예쁜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다리도 잘 모아주고 귀도 잘 만져주었다

작은 상자에 흰색 새타올을 깔고 아리를 눕히고

다시 타올을 덮고나니 너무도 황망하여..

가슴이 막혀 숨도 잘 못쉬겠고 눈물만 쉼없이 흘렀다

우리 아린 얼마나 예쁜지 생명이 사라진 그 얼굴도 생시와 다름이 없다

밤새 아리 곁에 있었는데 뿌연 분비물이 코로 나와서

몇번씩 닦아내야 했다


수술하다 죽을까. 혹은 회복기의 스트레스로 죽을까..그것만 걱정했지

이렇게 수술도 못해보고 죽을 줄은....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수술을 했어야 하는건데 그랬다

3일씩이나 아무것도 못먹고 그렇게 애쓰다 죽게 만들다니....

그런데도 죽음이 다가오던 순간까지도 이 못난 주인을 원망하기는 커녕

점점 더 품속으로 파고들던 아리...

내가 살려주리라 믿었겠지, 아프지 않게 해줄거라구...



이 일기를 쓰면서 내내 울고 있다

아리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그리고 잠시였지만 내게 기쁨을 주었던 가을이,

그리고 우리 아리에 대한 죄책감에.....

일기도 쓰지 못할 것 같았지만,

아리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해 두고 싶었다



아리야!

고작 내곁에 넉달도 못 있었지만 널 아주 많이 사랑했어!

얼마나 이쁜 아이였는지...내게는 그랬다!

네가 없는 빈 케이지가 가슴을 찢는구나

그안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던 네 귀여운 얼굴,

통통한 엉덩이며 턱밑의 두툼한 목도리.

한뭉치는 되는 발.....

네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이 손에 잡힐듯 보여서..

괴롭구나...

가을이가 쓸쓸하진 않겠구나, 네가 동무해 주어서...!

둘이 사이좋게 좋은 곳으로 가려므나

아프지도 않고 추위도 더위도 없고 나쁜 사람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맘껏 뛰어 다니며 놀렴!

난 너희를 가슴에 묻는다....

잊지 않고 기억할께

그리고 변함없이 사랑할거야!!!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onnoory